정말 딱 들어 맞는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 취재 기사가 있어 복사해 왔습니다.
내용을 읽다 보면 딱, 나이 대 별로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는 구나 알 수 있습니다.
피부 관리실 기습 인터뷰 - 아줌마들 불륜을 말하다
30대 직딩끼리 40대 호빠에서 50대 동창들과…[제1133호] 2014.01.27 09:18
[일요신문] 기자는 아줌마들의 생생한 ‘야화’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서울 마포구의 한 피부 관리실을 찾았다. 30대, 40대, 50대 등의 다양한 연령층 ‘아줌마’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미혼인 기자가 섞여있으니 어느 누구 하나 선뜻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.
이럴 때 필요한 ‘아이스 브레이킹’(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방법) 도구는 역시 술이 최고다. 기자가 맥주를 한 아름 사가지고 다시 방문하자 그날 피부 관리실 주인은 일찍 셔터를 내려버렸다. 아직 해가 쨍쨍한 오후 3시였다.
침대를 한쪽으로 밀고 신문지 위에 간단한 술상이 차려졌다. 다들 술이 약한 여자들이라 그런지 맥주 한 잔에도 쉽게 입이 열렸다.
결혼 7년 차의 30대 김나영 씨(가명)는 “요새 애인 없는 사람이 없다”는 ‘흔한 말로 말을 꺼냈다.
서울의 한 대형병원 방사선과에서 일하는 김 씨는 “나도 다른 과 전문의 한 명과 친하게 지낸다. 1년 조금 넘었다. 서로 기혼인 걸 알고 있고 우리가 만나는 게 불륜이라는 것도 안다. 하지만 만나면 마음이 편한 걸 어쩌느냐? 그렇다고 남편이나 애들이 싫은 것도 아니다. 그냥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” 며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다.
그랬더니 주부인 50대 이미현 씨(가명)는 “아직 젊어서 그렇다” 며 배턴을
이어받았다.
이 씨는 “우리 나이가 되면 다 꼴 보기 싫어진다. 애들은 이미 각자 자기 인생 살고 있고 남편이랑은 언제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. 잠자리는 연례행사나 될까, 난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와 꾸준히 연락한다. 동창회에서도 돌아가며 만나는 애들도 있다” 며 “이 나이에는 부끄러운 것이 없지만 우리도 여자다. 그러다 보니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되 남편에게 딱히 미안한 감정은 없다”고 말했다.
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이에 따라 불륜 상대를 만나는 장소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. 아직 사회생활을 하는 30대의 경우에는 직장동료나 전 남자친구를 주로 만났으며 40대는 유흥업소에서 불륜이 시작되는 일이 잦았다. 즉석만남에서부터 유흥업소 종사자들까지 만남의 범위는 가장 넓은 듯 보였다. 또한 홀로 상대를 찾기보다는 여럿이 짝을 지어 불륜을 즐기는 것도 특징이었다.
쌍둥이 엄마로 불리는 40대 박은정 씨(가명)는 “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‘호빠’에
가기도 하고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자랑 2차를 갈 때도 있다. 그러다
마음이 맞으면 주기적으로 연락해 만나다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수순이다. 우리
또래의 남자들은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가장 바쁜 시기라 그런지 만날 기회가 잘 없다. 그렇다고
늙은 50대를 만날 수도 없고 평범한 젊은 애들은 돈 많은
아줌마가 아니고서야 우리는 안 만나준다”고 말했다.
50대 이상으로 넘어가면 또 다시 ‘아는 남자’로 패턴이 돌아왔다. 이 씨는 “은퇴를 앞두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동창회 같은 모임에 참석하는 일이 잦다. 오랜 만에 반가운 얼굴을 보면 마음이 동하고 결국 그리 되지 않겠나. 그리고 알을 까기도 한다. 커플이 된 애들이 각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 놀기도 하고 뭐 그런 거다. 나이 더 먹어봐라. 내 것 네 것 구별도 없다”며 깔깔 웃었다. 미혼의 기자가 듣기에는 쑥스러운 내용이었지만 아줌마들은 당당함 그 자체였다.
불륜에서 남편으로 화제가 바뀌자 기자가 질문 하나를 던졌다. “남편과의
성 생활에 만족하느냐”는 ‘민감한’ 질문이었다. 그런데
대답은 참으로 쉽게 나왔다. “우리가
만족하면 이러고 살겠나.”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들 “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남편과 만족한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”고
입을 모았다.
박 씨는 “자위? 그건
부지런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. 다들
안 그래? 물론
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꼭 성관계를 위해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찾는 건 아니다. 새로운
사람을 만나고 재미를 느끼고 지루하지 않고. 이것만으로
충분히 즐겁다. 속 궁합까지
맞으면 금상첨화고. 새로이
사랑 받는다는 느낌만으로도 우린 흥분된다”고 말했다.
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을 무렵 김 씨가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주겠다며 분위기를 잡았다. 결혼 7년 차의 30대 김 씨는 “우리 병원에서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. 간호사와
의사가 바람이 났는데 물론 서로 기혼자임을 아는 상태였다. 그날은
병원에서 눈이 맞았던 건지 회의실로 두 사람이 들어가 난리법석을 떨었던 모양이다. 그런데
남자가 흥분한 나머지 회의실 마이크 스위치를 누른 거다. 순간
그 병동에 신음소리가 퍼지는데, 와우! 보안요원은 CCTV 확인하면서
놀라고 난리도 아니었다. 전문직
사람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란 걸 그 날 뼈저리게 느꼈다”고 말했다.
김 씨의 이야기에 저마다 알고 있는 불륜 스토리를 쏟아냈는데 시계가 6시를 가리키는 순간 모두가 짠 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. 남편과 애들이 집에 돌아올 시간으로 다들 “신데렐라에서 하녀로 변신하는 순간”이라고 했다. 어질러진 숍을 다 함께 정리하면서 가장 연장자였던 50대의 이 씨는 기자에게 “오늘 우리가 한 얘기는 적당히 글로 쓰고 잊어라. 아직 결혼이나 사랑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면 안 되는 나이”라며 기자의 등을 토닥토닥 해주었다. 하지만 아줌마들의 생생한 야화에 휘둘렸던 기자의 환상은 박 깨지듯 깨지고 말았다.
박민정 기자 mmjj@ilyo.co.kr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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